2011/05/21 21:40

_ 2011



잠든 소라야 옆에 누워 있으면 바람결에 미닫이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와 마당에서 울어대는 귀뚜리미 소리가 들려왔다. 그럴 때면 소라야의 자궁이텅 비어 있다는 사실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 공허함은 살아 숨 쉬는 생물 같았다. 그 공허함이 우리의 결혼 생활 속으로, 우리의 웃음 속으로, 우리가 나누는 사랑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밤늦게어두운 방에서 공허함이 소라야에게서 떠올라 우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자는 것 같았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몸을 돌려보니 하산의 새총이 눈앞에 있었다. 하산이 넓은 고무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었다. 고무줄 한가운데에는 호두만한 돌덩이가 장전되어 있었다. 하산은 새총으로 아세프의 얼굴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었다. 힘을 줘서 고무줄을 잡아당기느라 손이 떨리고 구슬 같은 땀방울이 이마에서 솟고 있었다. "제발 우리를 내버려두세요, 도련님." 하산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아세프를 '도련님'이라고 불렀다. 상하 계급구조 안에서 자신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그렇게 뿌리 깊게 의식하면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나는 잠시 동안 생각해보았다.


규칙은 간단했다. 규칙이 없는 것이 규칙이었다.

그는 너무나 순수해서 그의 곁에 있으면 내가 항상 사기꾼처럼 느껴졌다.


내 머릿속에는 모든 계획이 다 세워져 있었다. 내 피투성이 손에 최고의 트로피를 들고 영웅처럼 멋지게 들어갈 것이다. 로스탐과 소랍이 서로를 신중하게 바라본다. 침묵 속에 극적인 순간이 지나간다. 그러다가 늙은 전사가 젊은 전사에게 다가가서 그를 껴안으며 그의 훌륭함을 인정해준다. 입증과 구원, 보상이 뒤따른다. 그런 다음에는? 당연히, '그들은 그후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닐까?

머릿속이 악마 떼로 득실거릴 때면 균형 잡힌 시각이란 사치에 불과하다.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hafrom.egloos.com/tb/567918 [도움말]

덧글

댓글 입력 영역